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4)
좋아하는 것들 (11)
궁시렁궁시렁 (3)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시사 주간지 [시사IN]
2009. 1. 29. 11:48
십수년 전,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추억의 수필 한 편....^^


                                                                 메모광

                                                                                                                             이 하 윤(異河潤)

어느 때부터인지 나는 메모에 집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와서는 잠시라도 이 메모를 버리고는 살 수 없는, 실로 한 메모광(狂)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버릇이 차차 심해 감에 따라, 나는 내 기억력까지를 의심할 만큼 뇌수의 일부분을 메모지로 가득 찬 포켓으로 만든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수첩도, 일정한 메모 용지(用紙)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 종이거나 ── 원고지도 좋고, 공책의 여백도 가릴 바 아니다. ── 닥치는 대로 메모가 되어, 안팎으로, 상하 종횡(上下縱橫)(1)으로 쓰고 지워서, 일변 닳고 해지는 동안에 정리를 당하고 마는지라, 만일 수첩을 메모지와 겸용한다면, 한 달이 못 가서 잉크투성이로 변할 것이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을 때, 흔히 내 머리에 떠오르는 즉흥적인 시문(詩文), 밝은 날에 실천하고 싶은 이상안(理想案)의 가지가지, 나는 이런 것들을 망각의 세계로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 머리맡에는 원고지와 연필이 상비(常備)되어 있어, 간단한 것이면 어둠 속에서도 능히 적어둘 수가 있다.

가령, 수건과 비누를 들고 목욕탕을 나서다가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나는 이것을 잊을까 두려워, 오직 그 생각 하나에 마음이 사로잡히게 되나, 거기서 연상(聯想)의 가지가 돋치는 다른 생각 때문에, 기록할 때까지 기억해 두지 않으면 안 될 수효가 늘어, 점점 복잡하게 된다든지, 또는 큰길을 건널 때 자동차를 피하다가, 혹은 친구를 만나 인사와 이야기하는 얼마 동안, 개끗이 그 생각을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 생각났던 것을 생각하나,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내지 못할 때의 괴로움과 안타까움은 거의

나를 미치기 직전에까지 몰아가곤 한다. 그러므로 목욕이나 이발 시간같이, 명상의 시간이 주어지면서도 연필과 종이가 허락되지 않는 때처럼, 나 같은 메모광에게 있어서 부자유한 시간은 없는 것이다.

꿈에서 현실(現實)로 넘어서는 동안, 고개 안팎에서 얻은 실로 좋고 아름다운 상(想)을, 나는 머리맡에 놓인 종이에 곧 의뢰하건만 ── 바쁜 행보 중(行步中), 혹은 약간의 취중에 기록한 메모의 글자나 그 개념(槪念)이 불충분할 때가 간혹 있다. 그런 메모를 들여다보며 그것을 모색하는 고통은 여간한 것이 아니다. 마치, 예의 있는 석상에서 상대편의 불쾌를 우려하여, 기자풍(記者風)의 괴벽(怪癖)을 발휘하지 못하는 고통과 비견(比肩)할(1) 만도 하다. 그래, 그 분명하지 못한 지신의 필적을 응시 숙려(凝視熟廬)해 보건만, 결국 신통한 해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또한 적지 아니하다. 연상의 두절(杜絶)로 인한 무의미한 자획(字 )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산란하게 해 주었을 따름이요, 그렇다고 별반 큰 변동이 나 자신에게 발생하는 것은 전연 아니다.

아침마다 나는 그 메모를 대략 살펴, 그 날의 행사를 발췌 초록(拔萃抄錄)해 들고 나서건만, 물론 실행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기회 있는 대로 정리하고 정리하는 메모, 여기저기 기이한 잉크 흔적을 보여 주는 몇 장의 메모일지라도 나는 그냥 봉투 속에

집어 넣고 간수한다. 그것은 고액(高額)의 지폐에 비길 바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한 번도 분실한 일이 없었다.

메모뿐이 아니요, 평소에 별로 소유물(所有物)을 잃어버려 본 일이 없는지라, 성냥 한 갑이라도 이유 없이 어디다 놓고 온 때에는, 불쾌한 마음이 한동안 계속되는 괴벽임에도 불구하고, 일대 사건 ── 내게 있어서는 실로 중대한 사건 ──이 발생한 일이 있다.

이미 오래 된 일이지만, 나의 학창(學窓) 시절에 자취하는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고 밤 늦게 집에 돌아와서, 책상 위에서 메모를 정리하려고 포켓을 뒤졌으나, 내 노력은 헛것이었다. 이 날 밤, 잠들기 전의 일과는 상궤(常軌)를 벗어나, 내 마음을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찾고 또 찾고, 생각다 못해 기차로 두 정거장이나 가서도 십 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친구의 집을 그 길로 다시 되짚어 찾아갔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리를 펴고 누웠으나, 쓰레기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었다. 변소로 가는 마루에서 내 귀중한 메모 봉투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란 ! 아직도 어렸을 적이라, 환호 작약(歡呼雀躍)하여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자고 가라는 권유도 한 귀로 흘리고, 단걸음에 숙소로 돌아왔다. 물론, 그 날 밤은 평소에 드문 편안한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메모광적인 버릇은 나의 정리벽(整理癖)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서적(書籍)이며, 서신(書信)이며, 사진이며, 신문, 서류 등의 정리벽은 놀랄 만큼 병적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원고를 끝내지 못하고서는, 다른 새로운 일에 착수하지를 못한다. 독서에 있어서도 또한 다분히 그런 폐단이 있는 까닭에, 책상 위에 4, 5 종 이상의 서적을 벌여 놓는 일이 별로 없으며, 책의 페이지를 펼쳐 놓은 채 외출하는 일도 전혀 없다.

또, 수집벽(蒐集癖)도 약간 있어, 내 원고를 발표한 신문, 잡지 들은 물론 하나도 빠짐없이 스크랩하고, 소용(所用)에 닿을 만한 다른 신문, 잡지도 가위와 송곳을 요한 후, 벽장 속에 쌓아 두는 것이다.

요컨대, 내 메모는 내 물심 양면(物心兩面)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設計圖)이다. 여기엔 기록되지 않는 어구(語句)의 종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광범위한 것이니, 말하자면 내 메모는 나를 위주로 한 보잘것 없는 인생 생활의 축도(縮圖)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보좌하기 위하여, 나는 뇌수의 분실(分室)을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출처] 메모광 (문방삼우) |작성자 유레카

2008. 10. 28. 19:38


<사진 출처: 다음 카페 '블랙홀 그들의 음악세상' 안산의 새벽의 DJ님 글 중에서>

10월25일 블랙홀 공연 갔다 왔습니다.
블랙홀 행님들 공연은 처음이었지만, 완전 감동이었습니다.

카리스마, 열정, 앨범 퀄리티의 연주, 공연장을 날려버릴 듯한 사운드, 무대 매너, 관객 반응... 

100석 정도의 소극장이었고, 그 적은 좌석마저도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이는 우울한 (제 개인적으로)
상황이었음에도, 행님들은 전혀 실망하거나 싫은 내색 없이, 시종일관 즐겁게, 화기애애하게, 관객들에게
보답했습니다, 최고의 공연으로...

무려 20곡의 Set List...(앵콜 포함, 사이비 팬이라 전 곡을 다 알지는 못하겠고)

- 연주곡 2곡
- 물 좀 주소, 처음쓰는 편지, 노을, 내 곁에 내 아픔이, 고란초의 독백 (공연에서는 이번이 처음), 바람을 타
   고, 꿈 속의 나의 집, ECIC, Liar, 깊은 밤의 서정곡 등...
- 앵콜곡은 Highway Star

'무한질주'라는 공연 컨셉답게 정말 달리는 공연이었고, 관객들의 평균연령이 30대 중반 정도 되었는데,
두 번째 곡부터 끝까지 모두 일어서서 신나게 몸과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진작 공연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20년 경력의 한국의 내노라하는 메탈밴드가 약 100명의 관객앞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우리 음악계의 현실이
슬펐지만, 그나마 아직도 이렇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아직도 메탈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고, 아직 블랙홀 공연을 못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강추드린다...만약 공연 실망스러우면 표값 물어 드리겠삼...

[참고] 장비

- 주상균 행님은 메인으로 BC Rich (NJ Beast), 이원재 행님은 Reedox 이원재 커스텀 (Flygin V)
- 주상균 행님 BC Rich (국산 BC Rich라고 하던데..) 쫙쫙 뻗는 게 장난 아님...드라이브 댐핑감은
   완전 그릉그릉...이원재 행님 Reedox 커스텀은 볼륨을 일부러 약간 작게 잡았는 지 BC Rich에
   약간 묻히는 느낌이고, 솔로톤도 약간 몽글몽글...음 선명도에 있어서 BC Rich에 밀리는 듯...
  
   앰프는 마샬인데 모델명 정확히 모르겠고, 이펙터는 아마 냉장고 쓰는 듯.
   (무대 한쪽에 Rack 보였고, 무대에서는 Roofbox (Peavay 로고)만 놓고 씀)

Rock!!!


2008. 10. 21. 11:21
지난 8월 말, Michael Schenker 공연을 못 간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 
관객이 400명 뿐이었으니, 다시 한국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이제 보고 싶은 공연은 웬만하면 다 보기로 다짐을 했고 (다짐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첫번째로 블랙홀 공연을 예매했다.

좌석번호는 A열 001번, 맨 앞줄 ^^...

공연은 10/25 토요일이고,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200석도 안 되는 공연장은 아직 좌석이 텅텅 비어있다.
그래도 국내 굴지의 밴드인데...그래도 난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올거다...기대된다.


루나틱아트홀페스티벌 [블랙홀 콘서트]

한국 헤비메탈의 자존심 블랙홀!
강력한 사운드와 스피디한 리듬을 보여주는 블랙홀!

주위의 모든것을 빨아들인다는 우주의 블랙홀과 같이 음악으로 모든것을 빨아들이겠다는 취지로  결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 1989년 데뷔앨범 발매이후 8장의 음반을 발매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헤비메탈밴드중 대표주자이다.
 
블랙홀을 이끌고있는 보컬&기타 주상균을 정점으로 결속력있게 움직이는 탄탄한 팀웍과 큰무대 작은무대 구별하지않고 무대가 있는곳이면,팬들이 원하는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기에 오늘의 블랙홀이 존재할수 있었다.
 
20여년 간의 '역사' 속에서 정규앨범 8장과 프로젝트 및 라이브 앨범 5등을 비롯하여 십 수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그들의 앨범은 한장 한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작품이며, 서사시 같다.
사랑과 이별 노래 말고도 얘기할 수 있는 많은 주제들이 있다는 것을 블랙홀은 자신들의 음악 생명을 걸고 실험하고, 확인해 온 것이다.
 
대부분의 메탈 밴드들이 그랬듯이, 그들 역시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고수하는데 난항을 겪어 왔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메탈 밴드들과의 차이점은, 변화라는 이름으로 상업적인 방향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점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음악혼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